경찰

많은 사람들이 아침마다 출근을 한다.
어느날 아침 출근을 준비하고 집을 나서는데 애엄마의 복장이 경찰복이다. 집에서 애키우는 여자가 경찰옷을 어디서 구했는지, 차려 입고서는 어디론가 나설 채비를 한다. 내가 한마디 했다.

“짭새야?”

얼마전부터 애엄마는 녹색어머니회라는 단체에 봉사를 다닌다. 아이들 셋을 같은 학교에 보내니 뭐라도 해야 될 거 같아서 아침마다 교통봉사를 하는 단체에서 사무국장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다. 집은 돼지 우리처럼 만들어 놓고, 애들 밥도 제대로 안차려 주면서 그런 걸 한다니 내심 불평이 생겼지만 싸우기 싫어서 가만 있었다. 또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날은 그 단체의 발대식 날이기 때문에 관할 경찰서에서 경찰들과 단체의 임원들과 함께 발대식을 한다는 것이다. 경찰서까지 차로 모셔다 주었다.

사회적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직업군이 바로 경찰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사람이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을 더 많이 기억하고 끝까지 갖고 가는 특성이 있다보니 우리는 경찰에 대하여 나쁜 감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뉴스에도 보면 경찰이 했던 무수히 많은 일 중에서 나쁜 일들이 주로 나온다. 그러니 경찰에 대해서 이유도 없이 나쁜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날이었다.
무더운 여름날 한낮 뙤약볕이 내리 꽂는 날, 나는 운전을 하고 있었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를 에어컨으로 간신히 식히고 있었지만 등짝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는 매우 더운 날이었다.

구로에서 일을 보고 일산에 있는 사무실로 돌아 오는 길이었다. 서부간선도로가 막히니 건너편에 목동을 지나는 길을 따라서 운전을 하고 있었다. 신정교를 건너 목동길로 접으들려는데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아주.

더운 날 끓는 짜증을 참으면서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그 길로 진입하여 서서히 가고 있었다. 아마도 사고가 났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빨리 사고 때문에 정체된 지점 지나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지나니 저 앞에 화물차가 한대 서 있는데, 모레를 실어 나르는 차였다. 그 차에서 모레가 도로 위로 쏟아져서 길은 모레로 덮였는데 문제는 한 곳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곳곳에 길게 모레가 듬성듬성 쏟아져 있어서 치우려면 매우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 앞으로 가는데 저 앞에서 경찰이 서 있다. 한 명은 교통을 정리하고 두명은 삽질을 하고 있다. 그 더운 날 아스팔트 위에서 경찰 옷을 그대로 입은 채로 얼굴에서 모레 위로 땀방울이 줄줄 쏟아지는 게 보인다. 정말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었다. 빨리 도로를 정상화 시켜야 된다는 일념으로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북한 군인들이 삽질하는 것처럼 숨도 안쉬는 듯 쉴 새 없이 삽질을 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아침에 출근한다. 그래야 생계가 유지 되니까.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경찰들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출근하지 않는다. 착한 일을 하기 위해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바로 경찰이다.

경찰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그 도로에 모레를 쏟았던 운전자 같은 사람이 그럴 수도 있다. 도로 위에 쏟아진 모레를 모두 치우고 분명 그 운전자는 딱지를 끊거나 벌금을 물었을 것이다.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제수없는 일이 생긴 것이지만 경찰은 그 운전자를 도와 준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운전자의 입장에 있기 때문에 딱지 끊고, 벌금 물은 것만 생각하면서 경찰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자신의 잘못은 생각않고 약간의 회초리를 든 경찰을 대상으로 증오를 퍼붓는다. 운전자는 그 길위의 모레를 치울 때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며 경찰들이 일하는 모습을 빤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게 바로 일반인의 모습이다.

내가 자전거를 잃어 버리면 경찰은 내 자전거를 잘 찾아 주지 않겠지만 내가 위험에 직면해 있을 때 경찰은 최소한 나를 구하려고 애를 쓴다. 일을 잘하든 못하든 그게 경찰이 하는 일이다. 출근해서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단지 돈만 보고 일하는 보통 사람들보다는 좀 더 보람이 있는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도와 주는 것처럼 멋진 일은 없지 않은가.

글쓴이: sarang

가영, 혁 그리고 한영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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