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인터넷을 참으로 오랫동안 사용해왔다.
군대를 제대하고 집에 와보니 IBM이라는 회사에서 나온 피씨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군대를 나와 집에서 어차피 백수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유용하게 시간을 보내라고 작은 형이 월급을 모아서 들여 놓았다. 486DX2 정도 되는 씨피유였고 도스6.0이라는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시스템이었다.
당시 돈으로 300만원 정도 했던거 같은데, 그 당시에 티코라는 자동차 한 대가 400만원 정도였다. 조금만 더 보태면 차를 한 대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그 고가의 컴퓨터로 나는 무엇을 했느냐? 바로 타자연습이었다. 한메타자연습 프로그램을 깔아 놓고 하루 종일 그것만 하고 있었다. 사실, 집에서 그걸로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었을까. 한메타자연습 아니면 하이텔이나 천리안 같은 피씨통신으로 쳇팅하는 게 전부였다.
돈지랄이 아닐 수 없다.
간혹 어떤 글을 써서 저장해 놓곤 했는데, 잡다스런 일기 수준의 내용이었다. 컴퓨터라는 물건의 사용용도가 그게 다는 아닐텐데 말이다.
그러다 ADSL과 같은 인터넷망이 집집마다 설치되면서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할 일이 많아졌다. 블로그라는 개념이 2000년에 들어 오면서 생겨났다. 인터넷에 자신의 글과 사진을 올려서 많은 사람에게 나를 보여 줄 수 있는 수단이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블로그는 인터넷의 커다란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블로그를 한다는 것은 네이버, 다음, 혹은 외국의 그런 비슷한 기업에게 나의 노력을 무상으로 주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들 거대 기업은 개인의 글과 이미지와 같은 데이터를 가두어 놓고 돈을 기하급수적으로 벌고 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 이다.
나는 그들에게 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작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나에게 돈을 주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겨우 그런 생각들 때문에 블로그라는 것은 머릿 속에만 있었다.
그러다 제로보드와 같은 개인용 프로그램을 사용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어떤 불편함 때문에 설치만 여러번 해 보았지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내가 그 프로그램들을 마음데로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날 거기에 썼던 글들이 모두 날라 갔을 때 나는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사실 자신이 없었다.
워드프레스를 깔았다. 개인용 블로그를 위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다. 까는 순간 너무나 심플해서 다른 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내부적으로 어떤 알고리즘과 만약 날라 갔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는 별로 중요치 않았다. 그것은 단순함의 매력이었고 아트의 수준이었다.
간단한 글들을 써보니 마치 한글과 같은 워드프로그램으로 글을 쓰는 것처럼 편하고 몰입도가 있었다. 이제 프로그램의 알고리즘 따위는 중요치 않았고 그냥 글을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라는 것을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들어 준다.
그냥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다. 그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나의 서버에서 돌아 가기 때문에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파워블로거니 하는 류의 직업군이 있지만 그 사람들도 매우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되었다.
블로그는 개인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굳이 비즈니스를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포털에서 검색이 되니, 안되니 하는 식의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나만의 공간에서 누가 깽판을 치지 않도록 약간의 관리만 해주면 될 일이다.
개인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마음 먹게 만들어준 워드프레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