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겨울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집에만 있었다. 12월 말부터 3월1일까지 길고 긴 시간이었다. 이 시간 동안 아이들은 무척 컸다. 엄마와 아빠를 제대로 닮아서 매우 게을러졌고, 모든 귀찮은 일은 끝까지 뒤로 미룬다. 무엇보다 누워서 핸드폰을 하기 시작했다. 아빠와 엄마가 하는 짓을 그대로 따라한다.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집의 가훈은

게으르고 기~일게 살자

가훈이 이상하지만 진지하게 말하자면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이다. 그치만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집은 돼지우리처럼 되어 있는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이제 슬슬 봄이 오고 있었다. 마침 김해에 업무 일정이 토요일에 잡혀서 식구들과 함께 2박을 결정하고 집을 나섰다. 숙소는 해운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김해에 취재를 요청하신 원장님께서 예약을 해 주었다.

금요일 아이들 학교가 마치는 데로 출발 계획이었지만 역시나 집안 일이 많았다. 빨래만 널어 놓고 가자는 마나님의 요구, 예상 시간보다 1시간을 늦게 출발했다. 원래 계획은 2시에 출발해서 7시에 도착하여 해운대에서 우아한 저녁을 먹는 것이었다.

해운대에 도착하니 저녁 10시가 다 되가고 있었다. 우리를 제일 먼저 반겨 준 것은 다름 아닌 주차할아버지이다. 마감 20분 정도를 남겨 놓고 3,000원을 달라고한다. 다음날에도 9시 5분경에 차 시동을 걸었는데 역시 주차할아버지가 오셔서 500원을 달란다.

주차를 했으니 요금을 내는 것은 맞는데, 어제 저녁에 3,000원 낸게 있어서 항의를 하니 그건 이거와 아무 상관 없으니 500원을 내란다. 주머니를 아무리 찾아봐도 동전이 없어서 지폐를 건내니 가게 마다 동전을 바꾸러 다닌다. 그러면서 그 할배가 하시는 말씀

500원을 포기할 수 없제

어쩔 수 없이 몸소 체험하게 되는 갱상도 스타일이다. 마나님은 옆에서 배꼽을 잡고 웃고 있다. 동족상봉인가?

운전을 시작했다. 부산은 벚꽃이 만개하여 이미 꽃잎이 흩날리는 나무도 있었다. 무슨 벚꽃이 그리도 많은지 작은 길은 마치 터널이 되어 꿈길을 걷는 듯하다. 포근한 남쪽 나라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고 있다. 아이들은 뒤에서 아무런 감흥도 없이 핸드폰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 하긴 이런 꽃길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아마도 스무살 정도 되면 아름다움을 알 수 있을까? 어른들이 꽃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사뭇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지루하다. 나이를 먹을 수록 꽃이 아름답게 느껴 지는데 이 세상에서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꽃이며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남겨 두고 늙어 가는 생각을 하니 아쉬움이 가득하기 때문에 나이에 비례해서 꽃은 더 아름다워지고 시간은 더 빨리 간다. 즉, 죽음에 임박해 간다는 의미이다. 아쉽지만 그게 인생 아닌가!

 

이글은 계속 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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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sarang

가영, 혁 그리고 한영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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