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밧데리를 바꾸면서

현대자동차 엑센트 디젤 수동 일명 “엑디수”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차를 갖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29개월 전에 샀다. 아직 할부가 7번 남았으니 그정도 되었겠지.

가성비로 따지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차라고 할 수 있다. 요즘 기름 만땅을 넣어도 4만원이 안들어 가는 경우도 있다. 전에 타던 쏘렌토는 만땅 넣으면 10만원이 훌쩍 넘곤 했는데 돈 걱정 없이 타고 다닐 수 있는 차임에는 분명하다. 부산을 왕복한다면 경차보다 더 가성비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소형차 답게 매우 약하다. 문닫을 때마다 마치 깡통 뚜껑을 딸 때 나는 소리가 들린다. “텅~”

사고 안나게 조심히 타야 된다. 하긴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니 BMW나 뽈쉐를 타고도 갈 사람은 가게 마련이다. 이런 정도로 위안을 삼으면서 2년 반 넘게 잘 타고 다녔다.

작년 가을 쯤 시내에서 식구들을 데리고 나가서 큰형네랑 회를 먹는 날이었다. 추석이 지난 시점이라서 두집이 모여 추석 후기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도 한 잔 먹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어린 아이들이 밥 다먹고 무얼 하겠는가? 핸폰 하나씩 들고 차로 갔다. 차에서 시동을 끈 채로 핸드폰을 충전하면서 게임도 하고 동영상도 보고 놀았겠지. 그렇게 1시간 정도 지나서 자리를 파하고 집에 가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거니 방전이 되었는데 시동이 안걸렸다. 최초의 방전이다. 차를 사고 딱 2년 쯤 되었을 시점이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면서 5번 방전이 되었다. 블랙박스를 빼놓고 생활 했음에도 하루만 차에 시동을 걸지 않아도 방전이 된다. 보험회사에서 서비스 해주는 5번의 기회가 끝나면 밧데리를 교체하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면 아직 할부도 끝나지 않은 새 차라면 새차인데 밧데리를 바꾸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나의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결국 지난 겨울 보험회사에서 해주는 5번의 서비스를 모두 받았다. 그러면서 봄이 되었고 날씨가 따뜻해졌으니 앞으로 방전은 안될 것이다고 생각했고 올해 가을쯤에 밧데리를 바꾸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다. 차 시동이 안걸려서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 학교로 가고 있다는 마나님의 설명을 듣고서 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20년 넘게 5번 정도 차를 바꾼것 같은데 할부가 끝나기 전에 밧데리와 타이어를 교체해본 적이 없던 터라 내심 기분이 몹시 상했다. 지난 1월에 타이어 4개를 모두 교체했는데 밧데리까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결국 인터넷에 엑센트에 사용할 수 있는 밧데리를 주문했다. 가격은 53,000원 정도 80L짜리 아트라스 회사 제품, 밧데리 정도는 내가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공구 대여와 폐밧데리 반납조건으로 주문했다. 택배비까지 대략 6만원 정도를 결제하였다. 사람을 부르면 6만원 곱하기 2정도 할 것이다. 조금 싼데 찾아서 불러도 10만원은 주어야 되겠지.

인터넷에 주문하고 이틀이 지나서 밧데리가 도착했다. 그런데 같이 와야 될 공구가 오지 않았다. 또 스트레스가 올라 오는데, 지마켓이나 11번가 등에서 파는 사람들의 특징은 전화를 잘 안받는 다는 것이다. 어디 항의 할 데도 없다.

결국 집에 있는 모든 서랍을 뒤져서 겨우 맞는 스페너 하나를 찾았다. 주차장으로 가서 봇넷을 열고 스페너로 밧데리와 차를 분리했는데, 밧데리의 본체를 고정시켜 주는 나사하나가 깊숙이 박혀 있다. 이거는 스패너로 할 수 없고 연장이 필요하다. 밧데리를 다시 반품할 생각을 하다가 검색을 시작했다.

구글신께서 말씀하시길
12mm T렌치가 필요하노라

이제 그런 연장을 구해야된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가서 이야기 했다.

“12mm T렌치좀 빌려 주세요.”

커다란 공구통을 떠밀면서 찾아서 쓰란다.
바로 아래 그림처럼 생겼다.

렌치
렌치

연장이 모두 갖춰진 상태에서 교체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게 끝났다.약 4만원정도를 세이브 했다는 스스로의 대견함과 자랑스러움에 우쭐한 기분으로 마나님에게 말했다.

돈도 세이브 됐고 다음부터는 내가 다 고치께

마나님께서 대답하신다.

차가 퍼져 있는 3일동안 날린 택시비만 4만원이 넘는거 같은데? 그리고 차 필요할 때 쓰지도 못하고 스트레스 받은 값까지 따지면 몇 십만원은 든거 같아.

암튼 별루야~

 

글쓴이: sarang

가영, 혁 그리고 한영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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