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의 어떤 시

나는 누가 이 세상 속으로
나를 떠밀어 넣었는지 모른다
세상은 무엇인지
나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나는 모른다
나는 모든 것에 대해 끔찍할 만큼 무지하다
나는 내 몸에 대해서도 모르고
감각에 대해서도 모르고
영혼에 대해서도 모른다
심지어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는
나의 일부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그저 나의 일부 그 자체가
다른 부분들과 별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 뿐이다
나는 나를 에워싸고 있는
놀랍도록 광활한 우주를 보며
그 한 귀퉁이에 붙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내가 왜 저곳이 아니고 이곳에 존재해왔는지
이미 지나갔고 앞으로 나타날
모든 영원성 속에서 내게 할당된 삶이
왜 바로 이 순간에 배정되었는지 모른다
단지 무한성이 모든 방면에서
찰나에 사라지는 원자나 그림자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음을 보고 있을 뿐이다

글쓴이: sarang

가영, 혁 그리고 한영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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