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새로 치자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받아 쓰기는 10점씩 받아 올 때도 있지만 허세는 남다르다. 겁은 많지만 남자라는 동물 본능이 잠재적으로 살아 있는 듯하다. 그래서 가끔 친구들과 티격태격 하는데 키가 커서 상대편 엄마들은 언제나 불만이 많다. 덩치 큰 아이한테 자기 자식이 한대라도 맞을 까봐 그렇지만 나의 아들은 아무 이유 없이 상대편에게 거들먹 거리지 않는 다는 사실.
올해 2016년도 저물어 가는데 여덟 살의 일상이 그리 재밌지만은 않아 보이는 듯, 아빠와 시간을 같이 지내고 싶고, 아빠와 게임도 같이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도 많아서 주말마다 원하는 것들을 강력하게 이야기 하지만 언제나 식구들과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아빠의 눈가는 촉촉해진다.
동생이 한 입밖에 먹지 않은 브라보콘을 들고 좋다고 한발 뛰기를 하다가 포장지로 감싸고 있던 콘이 손에서 쏙 빠져서 땅바닥에 덩그러니 떨어졌다. 아들은 아무런 주저 없이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브라보콘을 시큰둥한 동생에게 건낸다. 아들도 먹고 싶을 텐데. 이럴 때는 두 가지 마음이 있다. 하나는 동생이 울면 아빠 기분이 상할까봐 이고 다른 하나는 순수하게 동생을 위하는 마음.
둘 다 진심이겠지.
어린 아이. 얼마나 좋은 시절인가. 무엇이든 지나고 나서야 그 때가 좋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게 인생인 것을 아빠도 여덟 살 아들을 보면서 그 시절이 좋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파란 하늘, 거기서 내려 오는 햇빛, 아무리 크게 떠들어도 시끄럽지 않고, 잠들기 전 어둠의 두려움과 갑갑함, 학교 운동장은 매우 넓고, 엄마와 아빠는 마냥 좋다. 누나 동생은 조금 좋고 복숭아가 맛있다, 기억도 나지 않을텐데 네 살 무렵 날아 가는 비행기를 보고서 제트기 조종사가 꿈이 된 아들. 그 무렵 밥을 먹다가 야채는 부처님이 좋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스님 식단을 좋아하지만 고기집 가면 삼겹살 3인분은 기본.
세상에 건강한 것처럼 복된 일이 있을까!
올해도 이렇게 시간이 지난다. 건강하게. 그렇지만 건강하지 못한 우리 사회를 보니 마음이 짠해진다.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져서 그 속에 사는 우리들이 상처 받지 않고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을까? 동화 책속에나 그런 이야기가 있는 것인지 마음 한 켠이 답답하다.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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